
누구에게나 삶에 한번쯤은 오는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게 나에게도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막상 그 순간에 대한 생각을 하니 마음이 막막해지는 것은 아직 내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하는가보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조차 내가 먼저 내리기도 전에 타버리는 사람들에게, 내리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굼뜨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노약좌석에 앉아버리는 사람들에게, 지하철과 역을 터질 듯이 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집의 형편이 부족했고, 내 상황을 떳떳하게 밝히고 일을 추진해 갈 나의 마음이 부족했고 소리 내어 요구할 용기가 부족했다.
저 아이가 더 가졌기 때문에, 저 사람이 더 먼저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누군가 때문에 나는 항상 나의 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적이었고 나의 기회를 빼앗아 가버릴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개조차도 자기에게 호의가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 낼 수 있다.
개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자신에게 호의가 있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적의가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함을 느낀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적의가 가득했고, 온 세상에 분노가 가득했다. 모든 것이 화가 나고 짜증이 치밀었다.
매 번 거짓말을 반복하는 정치계에 대해서, 매 년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 각종 통계자료에 대해서, 먼저 훌쩍 결혼을 해 버리는 몇 남지 않은 친구들에 대해서, 결혼식 부조금이 아깝다고 느낄 정도의 메뉴에 대해서, 매 번 대중을 호도하는 언론들에 대해서, 매일 매일의 일상에 대해서.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조차 내가 먼저 내리기도 전에 타버리는 사람들에게, 내리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굼뜨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노약좌석에 앉아버리는 사람들에게, 지하철과 역을 터질 듯이 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일상에서 마주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화가 나고 욕이 치밀었다. 그렇게 온 세상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던 어느 날, 어쩌다보니 등산을 하게 됐다. 갑자기 왜 뜬금없는 등산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평소에 등산을 즐겼던 것도 아니고 변변한 등산 장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같이 갔던 사람은 기억이 나니 그를 통해서 언뜻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정상에 올라가면서도 그렇게 욕을 했다.
어디를 가는지 보다 누구와 가는지가 중요하다는 말, 참 맞는 말인데 그 순간만은 아니었다. 힘들지, 라고 말하면서도 나에게 웃어 보이는 친구를 보고 얘는 왜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일까, 등산이 그리 좋으면 혼자 가지 왜 가만히 있는 나는 끌어들인 것일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줄 아는 욕이 고갈될 무렵이 되어서야 정상에 도착했다. 그날은 정말 흐렸다. 정말 경치랄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구름 가득한 날씨였다.
그렇게 정상에서 구름 속에 둘러싸여 있을 때 생각했다. 아, 나는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일까. 무엇이 나를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던 것일까.
둑처럼 쌓여오던 무언가가 터져버리는 기분이었다. 사실 그렇게 곧바로 무언가가 바뀐 것은 아니다. 하산을 하는 동안 다시 내려올 것이라면 뭐 하러 올라왔나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고, 등산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또 무의미한 사람들로 인해 부아가 치밀었고 샤워로 땀을 씻어내면서도 당장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세상을 향해서 분노의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그런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았다. 그렇게 무의미한 일에 대한 분노가 극에 차오른 순간, 생각했다.
| 핵심어 | 문서 속 설명 |
|---|---|
| 독이 | 누구에게나 삶에 한번쯤은 오는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게 나에게도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막상 그 순간에 대한 생각을 하니 마음이 막막해지는 것은 아직 내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하는가보다. |
| 사람 |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적의가 가득했고, 온 세상에 분노가 가득했다. |
| 마음 | 그 독은 내 마음에도 있고 상대방의 마음에도 있다. |
| 등산 | 갑자기 왜 뜬금없는 등산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
그 독은 내 마음에도 있고 상대방의 마음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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